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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고 생각한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이유

이미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더 이상 손댈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들이다. 그 일에 대해 누군가 물어오면, 우리는 대체로 담담하게 “이미 끝났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말한 뒤에도 그 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문득 떠오르고, 비슷한 상황을 마주칠 때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 글은 끝난 일을 붙잡고 있는 마음을 정리하려는 글이 아니다. 왜 어떤 일들은 끝났다는 판단과 무관하게 계속 남아 있는지, 그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려는 기록에 가깝다. 끝났다는 말은 분명한 결론처럼 들린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의미이고, 거기서 멈추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선언이 마음속까지 완전히 닿는 경우는 드물다. 현실에서는 끝났지만, 감각 속에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 일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는 자각 없이, 그 일과 계속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남과 정리 사이의 간극 어떤 일이 끝났다는 사실과, 그 일이 정리되었다는 감각은 서로 다른 층위에 있다. 일정이나 관계, 상황은 명확하게 종료될 수 있다. 더 이상 연락하지 않기로 했고, 그 장소에 다시 가지 않기로 했고, 그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곧바로 마음의 정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끝났다는 사실이 분명해질수록, 그 안에서 미처 다다르지 못한 생각들이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정리는 대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은 자동으로 흐르지 않는다. 우리는 끝났다는 판단 이후에도, 그 일에 대한 다른 가능성이나 다른 선택을 마음속에서 계속 재생한다. 그 과정은 눈에 띄지 않지만, 완전히 멈추지도 않는다. 그래서 끝난 일은 더 이상 현재의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각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진행형처럼 남아 있게 된다. 말해지지 않은 감정의 잔존 끝난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일과 함께 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길게 느껴지는 이유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 뿐인데, 시간이 이상할 만큼 늘어지는 날이 있다. 특별히 피곤하지도 않았고,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없었는데, 시계만 몇 번을 확인하게 되는 그런 날이다. 분명 하루는 똑같이 흘러가고 있는데, 유독 그날의 시간은 잘게 쪼개지지 않고 한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 보려 해도 마땅한 장면이 남아 있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쉰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하루가 지나간다. 이 글은 그런 시간의 감각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오히려 더 길게 체감되는지를 정리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 글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나,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제시하려는 글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왜 그렇게 또렷하게 인식되는지를 가만히 바라보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는 흔히 바쁜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고 말한다. 일정이 촘촘할수록 하루는 짧게 느껴지고, 해야 할 일이 없을수록 시간은 늘어진다고 느낀다. 이 감각은 너무 익숙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때, 그 원인을 스스로의 나태함이나 집중력 부족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판단은 대개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 시간은 실제로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상태의 모호함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생각보다 모호하다. 완전히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창밖을 바라보고, 머릿속으로는 여러 생각을 흘려보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미세한 감정과 생각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이 움직임들이 하나의 ‘일’이나 ‘행동’으로 묶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확한 시작과 끝이 없고, 결과로 남는 것도 없다. 그래서 이 시간은 기억에 남지 않으면서도, 체감상으로는 유난히 길게 늘어진다.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