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고 생각한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이유

이미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더 이상 손댈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들이다. 그 일에 대해 누군가 물어오면, 우리는 대체로 담담하게 “이미 끝났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말한 뒤에도 그 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문득 떠오르고, 비슷한 상황을 마주칠 때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 글은 끝난 일을 붙잡고 있는 마음을 정리하려는 글이 아니다. 왜 어떤 일들은 끝났다는 판단과 무관하게 계속 남아 있는지, 그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려는 기록에 가깝다.

끝났다는 말은 분명한 결론처럼 들린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의미이고, 거기서 멈추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선언이 마음속까지 완전히 닿는 경우는 드물다. 현실에서는 끝났지만, 감각 속에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 일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는 자각 없이, 그 일과 계속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남과 정리 사이의 간극

어떤 일이 끝났다는 사실과, 그 일이 정리되었다는 감각은 서로 다른 층위에 있다. 일정이나 관계, 상황은 명확하게 종료될 수 있다. 더 이상 연락하지 않기로 했고, 그 장소에 다시 가지 않기로 했고, 그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곧바로 마음의 정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끝났다는 사실이 분명해질수록, 그 안에서 미처 다다르지 못한 생각들이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정리는 대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은 자동으로 흐르지 않는다. 우리는 끝났다는 판단 이후에도, 그 일에 대한 다른 가능성이나 다른 선택을 마음속에서 계속 재생한다. 그 과정은 눈에 띄지 않지만, 완전히 멈추지도 않는다. 그래서 끝난 일은 더 이상 현재의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각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진행형처럼 남아 있게 된다.

말해지지 않은 감정의 잔존

끝난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일과 함께 생겼던 감정이 충분히 말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은 정리되었지만, 감정은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감정은 분명히 강렬했지만, 당시에는 설명할 수 없었거나,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렇게 미뤄진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

이런 감정은 특정한 형태를 갖지 않는다. 후회라고 단정하기도 어렵고, 미련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하다. 다만 ‘그때 그렇게 끝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만 남는다. 질문에는 답이 없지만, 질문 자체는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 끝난 일은 기억 속에서 명확한 결말을 갖지 못한 채,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로 머문다.

시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

우리는 종종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많은 일들은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고, 감정도 옅어진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런 방식으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특히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는 일일수록, 시간은 해결책이 아니라 반복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디테일은 사라지지만, 그 선택이 남긴 감각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시간은 사건을 과거로 보내지만, 의미까지 함께 데려가지는 않는다. 의미는 남아서 현재의 판단과 감정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끝난 일은 더 이상 다시 겪지 않는 사건임에도, 여전히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재료처럼 작용한다. 그 일은 이미 끝났지만, 그 일이 남긴 질문은 아직 현재형이다.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로 남겨두는 것

끝난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모든 일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매듭지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은 그렇게 남겨두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끝났다는 판단과 함께,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어쩌면 끝난 일들이 계속 남아 있는 이유는, 그것이 아직 의미를 잃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의미는 더 이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감각으로는 살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끝났다고 말하면서도, 완전히 떠나보내지는 않는다. 이 글은 그 상태를 문제 삼지 않는다. 다만 끝난 일이 왜 끝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고자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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